2025년 4월 3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스브수다] '브로큰', 가장 날 것의 하정우

김지혜 기자 작성 2025.02.07 11:13 조회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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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브로큰'은 그간 하정우의 연기에 어떤 아쉬움을 가졌던 관객에게는 만족감을 줄 작품이다. 작품의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 하정우가 영화 전반을 끌고 가며 흔들리는 축까지 지탱한다.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박종환)과 사라진 그의 아내(유다인),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하정우)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영화. 하정우는 은퇴한 조폭 민태 역을 맡아 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격렬한 여정을 보여준다.

하정우가 오랜만에 세고 강렬한 연기를 했다는 것을 너머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배우 하정우'의 짙은 향수가 나는 캐릭터고 연기다. '날 것'과 '거친 매력' 그리고 등장만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 이상한 긴장감이 영화 내내 조성된다. 주인공 하정우의 존재감과 장악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브로큰

'브로큰'은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의 주연배우와 PD로 인연을 맺었던 하정우와 사나이 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13년 만에 의기투합했다는 특별한 의미도 있다.

하정우는 특유의 달변으로 "당시 학동사거리 인근에 있는 시원스쿨에서 영어 수업을 받고 난 후 한 대표님을 주주포차에서 만났다"면서 "새우깡에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건네받은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의 거친 매력이 마음에 들었다. 왠지 글자를 휘갈겨 쓴 느낌이랄까. 시나리오 속 '배민태'라는 인물을 보며 옛 추억도 떠올랐다. 구남이, 영민이 등 내가 연기했던 자유로운 캐릭터들 말이다.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발전하고 영화 제작 규모가 커지면서 멀티캐스팅이 보편화되지 않았나. 잘 재단되고 잘 짜인 그런 작품은 스토리가 강해서 캐릭터들이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 작품은 제 갈증이 해소가 될 작품처럼 느껴졌다. 휘갈겨 쓴 시나리오였지만 사나이 픽처스, 김진환 감독, 제가 힘을 합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하기로 결정했다"

브로큰

신인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 키 스태프 역시 하정우가 처음 작업해 보는 사람들이었다. 낯설었지만 파이팅이 넘치는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환경은 하정우가 작품과 캐릭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연기를 할 때 뭔가를 꾸미지 않아도 되고,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다.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보지 않고 오로지 상대를 보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연기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자 생각했다. 우리 영화에는 세트 촬영이 하나도 없다. 아파트, 상가건물, 다방, 식당, 복도 등 영화 속 모든 공간이 실제 하는 공간이다. 김진황 감독이 전국을 돌며 헌팅한 공간들이다. 세트장에서 촬영을 하면 그 안은 되게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면은 그냥 나무판자일 뿐인 가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실제 공간에 가면 생활감과 냄새 등 켜켜이 쌓인 레이어가 보이고 느껴진다. 굉장히 그리웠던 부분이다. 공간이 주는 아우라를 느끼며 민태를 연기할 수 있었다"

브로큰
브로큰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초반부 민태의 등장신, 조직을 나와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민태의 하루가 나온다. 산지 10년은 돼 보이는 듯한 낡은 점퍼를 입고 등장한 민태는 노동자 무리를 지나 건물로 바로 진입한다. 그리고 현장의 관리자로 보이는 이에게 칼을 들이밀며 "일당 보내!"라고 위협한다. 한 테이크처럼 보이는 이 신은 민태의 캐릭터를 축약한다. 손을 씻고 평범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상황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폭력성은 숨길 수 없다.

영화는 전직 조폭이라는 것 외에 민태의 전사(前史)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민태가 동생 석태의 복수를 위해 폭주하는 것에 대한 감정적 설득과 공감 지수가 떨어지는 편이다. 하정우는 상상으로 전사의 공백을 매우며 연기해 나갔다.

"감독님과 얘기한 전사는 부모가 없는 가정에서 민태는 동생 석태를 자식처럼 키웠다는 거다. 동생이 군 제대 후 '나도 형처럼 멋진 건달이 될거야'라고 했고, 석태는 탐탁지 않았지만 조직의 보스인 창모(정만식)를 소개해줬다. 그러다 석태가 큰 사고를 쳤는데 민태가 그 죄를 대신 떠안고 감옥에 들어간다. 민태가 감옥에 들어간 사이 조직원들은 석태를 괴롭히고, 민태도 감옥에서 그걸 눈치챈다. '어떻게 이렇게 내 자존심을 구기나'하고 분노하다가 출소한 뒤에는 손을 씻기로 결심한다. 민태는 분노를 꾹 참고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하는데 갑작스레 동생의 죽음을 접하게 되고, 이건 그에게 트리거가 된다. 민태는 동생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교통정리에 들어간 거다"

브로큰

선과 악이 모호하게 보이는 민태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과 개연성을 따지지 않았다"며 "보편적이지 않는 사람의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다. 생존을 위해 폭력을 써왔고, 동생의 복수를 위해 또 폭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일관성은 가져가려고 했다. 쓸데없이 시비가 붙고, 폭력을 행사하는 신은 감독님과 상의해 뺐다. 물론 시나리오보다 완성된 영화의 액션 수위가 세진 건 맞다. 냉동 생선을 활용한 액션이라던가 다방의 옷걸이를 활용한 액션 같은 건 추가된 거다. 주변의 미술을 활용하다면서 나온 액션인데 폭력성이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액션은 비현실적으로 화려한 느낌보다는 묵직한 느낌이 강하다. 특히 쇠파이프를 활용한 액션신들은 전에 없이 파괴적이고 잔혹하다.

하정우는 '액션의 리얼리티'에 중점을 뒀음을 강조하며 "화려한 합이 보이는 무술 베이스 액션보다는 실제 길거리 싸움 같은 액션이 이 영화의 톤 앤 매너에 맞다고 생각했다. 무술감독님이 디자인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배우이기 때문에 콘티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하정우

동생 석태의 동거녀인 문영에 대한 민태의 감정도 궁금한 부분이다. 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하며 쫓는 것인지, 진실을 알기 위해 쫓는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궁금함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이 왜 죽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하니까. 조직생활을 했던 민태의 환경과 특유의 급한 성격상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문영을 쫓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론 문영이가 동생을 죽이지 않았기를 바랐을 것 같다. 호령에 대해서는 문영과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임성재, 박종환, 유다인 등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했다. 그들의 젊은 에너지와 신선한 매력, 뛰어난 역량에 감탄하며 타 작품에서도 다시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독립영화 '양치기들'(2016)로 주목받고, 이번 작품으로 상영영화계에 데뷔한 김진황 감독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자기만의 색깔과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라면서 "자신의 경험 혹은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사건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있다. 예술가, 감독으로서 궁금증이 드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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