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ㅣ강경윤 기자] 그룹 (여자)아이들의 기세가 심상찮다.
지난 17일 발매한 다섯번째 미니앨범 'I love'(아이러브)의 타이틀곡 'Nxde(누드)'가 국내 차트 정상을 빠르게 선점했다. 나아가, 이 앨범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벌써부터 나온다. 아이튠즈 톱 앨범 40개 지역 1위로 올라섰고, 유튜브 인기 급상승 1위에 '누드' 뮤직비디오가 랭크 됐다.
이 같은 성과는 반짝하는 관심이 아니다.'톰보이'로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선보여 가요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여자)아이들은 신곡에서 더욱 과감한 메시지를 음악에 담았다.
"까고 말해", "변태는 너야" 등 가사는 기존 보다 조금 더 과격해졌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고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건 방식은 조금 더 세련되어 졌다.
'Nxde(누드)'에서 (여자)아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나'의 본모습이다. 미디어에서 관성적으로 소비됐던 'Nxde'의 외설적인 이미지를 (여자)아이들은 '민낯'이라는 메시지로 치환시켰다.
그런 시각 차이에서 오는 아이러니, 우리도 모르는 새 가졌던 '편견'과 마주한 순간, (여자)아이들은 "당신들은 루드하다"고 한방 먹인다.

이를 위해 마릴린 먼로라는 섹시 심볼 스타를 과감하게 오마주 하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는 앞선 시대에서 겉모습에 대한 편견을 가장 격렬하게 시달렸던 인물.(여자)아이들은 다섯 멤버가 모두 금발로 변신했다. 백치미, 섹스심벌, 금발의 미녀 등 좋든 싫든 편견에 갇혀버린 시대의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상기시켰다.
'Nxde' 뮤직비디오는 혁신적이고 트렌디 하다.
기꺼이 작품 혹은 상품을 자처한 스타들이 대중에게 박수를 받고 그 값어치가 매겨진 순간, 뱅크시의 작품처럼 작품이 분쇄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패러디나 오마주를 통해 메시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해석.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Nxde'의 뮤직비디오는 그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멤버들의 곡이나 콘셉트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보인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소연의 기획과 구성, 그리고 이를 음악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하고자 한 (여자)아이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여자)아이들의 이번 앨범은 '아이돌은 대형 소속사에서 일정 기간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기획된다'는 편견과는 정면에서 배치되는 행보다.
소연은 'LATATA'를 시작으로 'oh my god', '한', 'senorita', 'TOMBOY' 등 매번 다른 콘셉트의 곡을 작사, 작곡하며 자기복제를 뛰어넘는 창작활동으로 (여자)아이들의 정체성을 매번 성장시키고 있다. 이번 앨범은 아이돌의 한계를 규정짓는 편견 또한 뛰어넘고자 하는 (여자)아이들의 단단한 의지가 투영된 것이기도 했다.
(여자)아이들이 언어적 한계를 뛰어넘고 해외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직접 만든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머뭇거리지 않는 과감함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것.
21세기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는 뛰어난 음악성 뿐 아니라, 혁신적인 패션과 무대 연출로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가가는 팝 음악사에 남길 가장 센세이셔널 한 아티스트로 꼽히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했다.
안전한 성공의 공식을 걷어차버린 (여자)아이들은 어쩌면 독보적인 게 가장 K팝스러운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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