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이주승이 악역을 연기하면서 겪은 고충들을 밝혔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이주승은 배우 생활 15년 중 9할을 악역만 소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납치, 데이트 폭력, 살인 등의 잔혹한 악행을 저질렀는데, 이런 캐릭터의 악행 때문에 자신이 온갖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승은 "제가 큰 영화를 처음 한 게 '방황하는 칼날'이었는데, 거기서 한 여학생을 납치하고 살해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이 정재영 선배님이셨는데, 선배님이 메소드 연기를 하시지 않나. 제가 딸을 죽이는 범인인 건데, 선배님과 분장실을 같이 썼다. 선배님의 눈치를 보다가 인사를 했더니 나가라면서 '너 촬영할 때까지 내 눈에 절대 띄지 말라'고 하셨다. 그게 속으로는 '멋있다' 생각되면서도, 더 속으로는 '무섭다, 도망가자' 싶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홀로 그늘 아래 있곤 했다는 이주승은 "스태프들도 혐오스럽게 쳐다보고, 전체 분위기가 그랬다. 저 스스로도 죄를 저지른 것처럼 '난 나쁜 놈이다'라고 셀프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악역 이주승의 수모는 영화 개봉 후에도 이어졌다. 이주승은 "제가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있었는데, '야 그 XX다' 하며 남자 세 명이 막 뛰어오더라. 자전거를 돌려 건대에서 어린이대공원까지 안 쉬고 달려간 적도 있다. 또 뛰어가는데 다리를 건 분도 있다"며 자신이 겪은 곤혹스러운 상황들을 설명했다.
이주승은 악역을 연기하다가 몸이 망가진 경험도 밝혔다. 그는 "독립영화에서도 비밀스럽거나 살인범이거나, 그런 역할을 많이 맡았다. 한 번은 고문당하는 신이 있었는데, 예전에는 독립영화에 무술감독님이 따로 없었다. '따귀 맞을 수 있지?'라고 물어서 맞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한겨울 차가운 얼음물에 들어가서 묶인 상태로 따귀를 20대 정도 맞아야 했는데, NG가 많이 나서 100대 이상 맞았다"고 전했다.
이어 "몸이 얼고 묶여있고, 그런 게 울컥해서 화장실에 가서 엄청 울었다. 그리고 다시 와서 20대를 더 맞았다. 근데 그때 턱이 빠졌다. 삼겹살을 먹다가 오돌뼈를 씹는데 턱이 빠져서, 삼겹살 같은 거를 못 먹고 지냈다"라고 말했다.
분장 때문에 고생한 적도 있다. 이주승은 "드라마 '보이스'에서 제가 마지막에 불에 타 죽었다. 화상을 입고 죽은 상태를 분장해야 했다. 촛농 같은 왁스를 온몸에 바르는 과정이 몇 시간이 걸렸다. 온몸이 굳어서 살짝 움직이면 몸의 털들 때문에 아팠다. 그 상태로 차를 타고 세트장까지 갔는데, 내리자마자 스태프들이 경악하더라"며 "나중에 거울을 보니, 온몸이 녹은 눈사람 같더라. 모자이크를 안 하면 '워킹데드'의 좀비들도 놀랄 정도로 (징그러웠다). 그래서 결국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악역을 주로 맡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도 다가오기 꺼려하는 게 느껴졌다는 이주승은 MBC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절 알아봐도 알아보는 게 아니었는데, 요즘엔 '나 혼자 산다' 이후 쉽게 다가와 주시고 말도 걸어 주신다. 정말 행복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진=MBC 방송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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