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일)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충무로의 발견' 천우희, 이 이름을 기억하세요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3.27 11:28 조회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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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에게 있어 존재감이란 어떤 작품, 어떤 역할, 어떤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 정확히는 선명과 희미 사이다. 관객의 뇌리에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강렬한 한 방을 날리며 각인되거나 두 경우다.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관객은 어떤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친 배우를 발견할 때마다 전율을 느낀다. 단언컨대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를 본다면 누구나 배우 천우희의 얼굴을, 눈빛을, 목소리를 분명히 기억하게 될것이다.

'한공주'는 천우희를 알았던 관객에게도 또한 그녀를 전혀 몰랐던 관객에게도 놀라운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천우희)가 상처를 겪은 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소녀의 비밀에 집착하지 않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인물의 일상을 차분히 담아냈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그 어떤 수사로도 표현하지 못할 숙연함을 느낄 것이다. 

이 영화가 소재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이 절대적이었다. 

한공주

배우 중에선 단연 천우희가 돋보인다. 천우희는 너무 투명하고 연약해 깨질 것 같은 10대 소녀의 감성을 이보다 더 예민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자신을 추궁하는 듯한 어른들을 향해 "전 잘못한 거 없는데요"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공주의 눈망울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한 인물의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천우희의 연기에 의해 이해되고 교감하게 된다. 더불어 노래를 부르고, 수영을 배우는 목소리와 몸짓에서 순수와 두려움이 오롯이 전해진다. 캐릭터와 배우가 한몸이 돼 움직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천우희는 '한공주'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 역할은 '내 것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을 두고 생각한 것은 '뭘 하질 말자'였다고. 왜 공주가 타인에게 좀처럼 자신의 드러내지 않는지를 알기에 최대한 감정을 감추고 연기했다고 한다.

천우희의 데뷔작은 2004년 영화 '신부 수업'으로 기록돼있다. 이후 '허브', '마더', '사이에서', '이파네마 소년' 등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갔다.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 전국 860만 명을 동원한 이 작품에서 천우희는 이른바 '본드녀'로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87년생인 천우희는 올해로 28살이 됐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배우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2014년 비로소 때를 만났다. 최근 개봉한 '우아한 거짓말'의 인상적인 연기에 이어 지난해 만들어져 오는 4월 정식으로 개봉하는 '한공주'까지 뚜렷한 발자취를 새기고 있다.

천우희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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