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2일(일)

스타 끝장 인터뷰

김상경 "'몽타주' 감독, '살인의 추억' 때 봉준호 생각나"(인터뷰)

김지혜 기자 작성 2013.05.28 11:05 조회 6,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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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보통 실력이 뛰어난 감독들은요. 시나리오보다 영화를 더 잘 찍어요. '살인의 추억' 때 봉준호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이었지만, 현장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연했어요. 이번에 '몽타주'에서 함께 작업한 정근섭 감독도 그랬어요. 현장에서 유연할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설계가 완벽하게 돼 있는 정말 똑똑하신 분이에요. 그래서 여러모로 봉준호 감독이 생각나더라고요"

김상경은 인터뷰 초반부터 정근섭 감독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그는 "걸출한 신인 감독이 한 명 탄생했다"며 "'몽타주'는 정근섭 감독의 존재감을 알리는 결정적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의 엄청난 성공 이후 김상경에게는 형사 역할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애써 형사 역할만은 피해왔다.

'살인의 추억'이 우리나라 스릴러 영화의 교본이 됐잖아요. 그 다음에 들어오는 형사 역할이 성에 찼겠어요? 그런데 몽타주를 하면서 '아 지금까지 안 하길 잘했다. 내가 이 영화를 만나려고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상경

김상경이 생애 두 번째 형사 역에 도전한 영화 '몽타주'는 15년 전 눈앞에서 손녀를 잃어버린 할아버지(송영창)와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엄정화), 15년간 미제사건에 인생을 건 형사(김상경)가 다시 나타난 유괴범을 쫓는 과정을 담은 작품. '공소시효'에 대한 비판의식, 신인 감독 정근섭의 꼼꼼한 연출, 엄정화와 김상경의 열연이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져 개봉 13일 만에 14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몽타주'는 몽타주 기법을 접목한 것도 인상적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섞어놓은 시간을 이용한 전개방식도 탁월했어요. 보통 스릴러 영화가 복선을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많이 쓰는데 '몽타주'는 그 복선들이 어설프지 않고 상당히 치밀했거든요. 처음엔 시나리오를 편안하게 읽다가 '어? 이게 뭐야?' 하면서 다시 앞장을 넘겨보게 되더라고요"

감독에 대한 신뢰는 현장에서 더욱 크게 쌓였다. 김상경은 "현장 경험이 많은 감독들도 콘티에 있는 것을 오미트(삭제)시키지 않아요. 일단 찍고 편집하자는 주의죠. 그런데 정근섭 감독은 현장에서 바로바로 오미트 하더라고요. 자기 것에 확실한 생각이 있단 거죠. 그래서 찍으면서 '이 사람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몽타주

이번 영화에서 열연을 펼친 엄정화에 대한 칭찬도 쏟아냈다. 그는 "보통 영화 들어가기 전에 여배우에 대한 평판을 알아보는 편인데 엄정화 씨에 대한 평은 하나같이 좋더라고요. 제가 촬영하면서 '엄살'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는데, 촬영 전에는 '나 이 신 어떻게 찍지?'라고 갖은 고민을 다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청난 열연을 펼쳤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와....아니 애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모성애 연기를 잘하지'싶더라고요.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정화 누나가 딸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을 보는데 미치겠더라고요. 전 누가 우는 걸 보고 감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정화 씨 연기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라고 엄정화의 열연에 대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인터뷰 내내 작품의 공을 감독과 파트너 엄정화에게 돌렸지만, 김상경의 역할도 빛났다. 김상경은 15년간 미제사건에 매달리는 형사 '청호'로 분해 집념의 수사력을 보여줬다. '살인의 추억'의 서태윤 캐릭터가 오버랩 될 법도 하지만 사건의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서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았다.

김상경은 활동 기간에 비해 작품 편수가 많은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타워' 등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흥행 타율'이 높은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운 좋게 흥행이 거의 다 잘 됐어요. 소위 A급이라고 하는 배우들은 요즘 1년에 2~3편씩 영화를 하기도 하는데 전 1년에 한편 정도 밖에 안 했거든요. 다행히도 편수에 비해 흥행 성공률은 높았어요. '타워' 이후 차작품이라 흥행에 대한 부담도 좀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만족도가 높아서 너무나 다행이에요"

김상경

데뷔 15년차가 된 김상경은 앞으로의 배우 활동에 대해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에 감사하며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저도 후배들한테 주인공 자리를 넘겨주고,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할 거에요. 그 시기가 올 때까지는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10년보다 더 성장하고 성숙 해야겠죠"

자신에게 씌워진 '바른 생활맨' 이미지에 대해서는 "에이, 제가 뭘 발라요. 그거 다 이미지에요. 주위에서 '악역은 왜 안 하느냐'고 하시는데 전 이유 없는 악역은 싫어요. 우리 영화에도 악역이 등장하지만, 어떻게 보면 타당성 있는 악역이잖아요. 그런 역할이면 주저 없이 하겠죠"라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 김상경은 기자에게 '몽타주'의 관객 수를 예상해달라고 했다. 잠시 고민한 뒤 소신껏 답하자 조금은 아쉬워하면서 "많이 홍보해주세요. 전 간만에 영화다운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몽타주'는 제 필모그래피에서 아주 중요한 영화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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