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연기력 논란 한 번 없다.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로 데뷔한 배우 백성현은 이후 MBC 드라마 '보고 또 보고',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안정된 연기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백성현의 연기력 논란이 없는 것은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24살의 나이이지만 그는 어느덧 연기경력 19년의 베테랑 배우이기 때문. 아역부터 시작해 1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여러 캐릭터들을 거치며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래서일까. 한 작품에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운 미션도 백성현은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1인 2역이 어려운 이유는 작품을 줄곧 봐오던 시청자들이 동일한 배우 탓에 극 중 두 인물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 똑같은 배우가 연기를 하다보니 완전히 다른 인물임에도 동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성현에겐 그 우려가 통하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 JTBC 주말 드라마 '인수대비'에서 도원군 역과 성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그는 두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인수대비'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렇지만 19년차 베테랑 배우도 1인 2역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지난 12일 OSEN과 만난 백성현은 작품 전체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기에 임했다고.
"원래 내정은 아니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분들이 감사하게도 저를 좋게 봐주셔서 이미 대표님하고 상의를 하셨더라고요. 제가 '인수대비'에서 연기를 한다는게 즐겁다는 걸 느끼기도 해서 흔쾌히 하게 됐어요. 그리고 제 성격이 정에 약하거든요(웃음). 성종 역할을 하게 됐을때 도원군은 시청률은 안나왔을지언정 잘 마무리했는데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죠."
도원군은 촌수관계를 따지자면 성종의 아버지가 된다. 즉, 백성현은 한 작품에서 아버지-아들 연기를 동시에 하게 된 것. 부자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듯 하지만 또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갔는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우선 백성현은 도원군의 매력을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꼽았다.
"뭔가 이 시대에서 볼 수 없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어떻게보면 인수가 훗날 독한 정치적 성향를 띠게 되는데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생각하는 도원군은 가장 순수한 선(善)인 것 같아요. 모두가 함께 살고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는 유일한 평화적인 인물이었죠. 처음에는 그런 성격이 이해가 안됐어요. 저만해도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부분이 있는데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순수하게 행동하는 것들이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감독님하고 상의했어요. 그때 감독님이 '그게 인생이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정말로 작품이 끝나고 나니까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성종은 어떤 매력의 인물일까. 성종의 모든 행동은 '효(孝)'라고 백성현은 말했다.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효심 때문에 결국은 훗날의 비극적인 일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또한 왕이 되지 못한 채 죽었던 도원군 역할에 비해 왕인 성종의 역을 하게 되니 대접이 달라지더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성종이 애매했던게 연산군처럼 극과 극의 성격이었으면 수월했을 것 같아요. 성종은 결국엔 효자거든요. 어머니가 자신을 키워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아는 아이에요. 그래서 초반에는 도원군이 안 했을 것 같은 행동을 많이 했지만 아버지 따라 어쩔수 없이 착한 마음씨, 정에 약한 인물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더 비극적이에요. 그리고 그동안은 치이고 살았고 입 다물고 살았는데 왕이 되니까 제 세상이더라고요(웃음)."
'인수대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백성현의 노출장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도원군과 어린 인수의 사랑을 그렸던 '인수대비'의 초반 전개상 두 사람의 애정신은 계속해서 많이 나왔던 장면. 하지만 두 사람의 베드신까지 나올 줄은 몰랐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이 장면에 대해 물으니 자신도 그렇게까지 벗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그렇게 벗을 줄은 몰랐어요. 저는 오히려 성종이 많이 벗을 줄 알고 준비를 했거든요(웃음). 평소에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엄청나게 몸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인수대비'는 JTBC 개국 특집 드라마로 JTBC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방송 전 작품 출연 결정을 해야 했던 배우에게 '종편'이란 부담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백성현은 처음엔 불안한 감이 있었다며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성종을 하면서 시청률이 3%가 넘어 좋긴 한데 좀 더 잘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5% 넘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종편에 대해 불안한 건 있었어요. 단순히 종편이 불안한게 아니라 드라마를 처음 만드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작 여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인수대비'는 그 여건이 잘 돼있었고 스태프분들도 능력있으신 분들이어서 촬영장 갔을때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걸그룹 티아라의 은정은 '인수대비'에서 어린 인수 역을 맡아 당차면서도 여린 인수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또한 백성현과의 달콤한 로맨스 역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춰본 소감이 어떻냐고 묻자 백성현은 참 열정적인 친구였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은정씨와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은정씨도 약간 열정이 많아서 '인수대비'를 하는 내내 대화를 하면서 잘 만들어갔어요."
백성현이 '인수대비'에서 은정과 호흡을 맞췄다면 이번 KBS 2TV 드라마 '빅'에선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와 호흡을 맞춘다. 유독 걸그룹과 인연이 깊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니 백성현 자신도 '축복받은 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축복받은 한 해에요. '인수대비'에는 티아라와, '빅'에서는 미쓰에이랑 함께 하니까요. 제가 걸그룹을 잘 모르는데 덕분에 티아라와 미쓰에이는 알아요. 원래 노래를 편협하게 듣는 편이거든요. 가요프로그램을 잘 안봐요. 두 걸그룹 중 누가 더 좋냐고요? 너무 어려운데요. 못 고르겠어요. 둘 다 좋아요(웃음)."
사극 '인수대비' 이후 현대극 '빅' 촬영에 들어간 백성현은 현대극보단 사극이 더 재밌다고 자신의 소감을 전했다. 사극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방식과는 다르게 살아가고 우선 입는 옷부터가 현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판타지'가 있다는 것.
"사극이 더 재밌어요. 현대물은 평상시의 세계와 똑같잖아요. 그래서 판타지가 없어요. 사극을 하게 되면 일단 옷부터 다른 옷을 입고 우리가 있는 사회 시스템이 아니고 계급이 있잖아요. 촬영 세트도 제가 살던 공간과는 다르고요. 그 흙내음이 집중을 더 잘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최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 2'에 나와 일명 '모스크바 댄스'로 숨겨둔 예능감을 폭발시킨 백성현은 사실 예능 기피증이 있다고 털어놨다. 많은 사람들 앞에선 말을 잘 못하게 된다고. 나가게 되고 어차피 통편집을 당할 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나가고는 싶죠. 그런데 사실 예능에 대한 기피증이 있었어요. 두려움이 있었죠. 여러 사람들이 있으면 말을 잘 못해요. 언제 말을 해야 할지 타이밍을 잘 못잡거든요. 그리고 우선은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놓고 예능에 나가고 싶어요. 제가 시작했던 길이 배우였고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루고 난 다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 항상 미뤄놨었어요. 또 예능에 나가봤자 통편집 당할 것 같은데요(웃음)."
혹시나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냐는 질문을 던지자 백성현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어릴 적 꿈이 의사였다고. 그래서 의사 역할을 해보고 싶단다.
"굳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꼽는다면 의사 역할이요. 어렸을때 꿈이 의사였기 때문에 한번 해 보고 싶어요. 또 악역있잖아요, 정말 순수한 악에 대한 고찰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나 영화 '셜록홈즈'의 모리아티 같은 절대 악이요. 제가 얼마만큼 악해질수 있나 궁금해요(웃음)."
(OSEN 제공)
※위 기사는 SBS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OSEN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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