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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문유강X연준석, 가장 젊고 뜨거운 '아마데우스'…대학로의 미래가 밝다

작성 2025.11.03 16:43 조회 46

아마데우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라이벌 관계는 픽션이지만 다양한 콘텐츠로 사랑받았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모차르트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은 불세출의 스타였지만 대중문화 콘텐츠로 더 각광받은 건 살리에리를 중심에 둔 픽션이다.

사람들은 천재의 비범함보다 2인자의 콤플렉스와 질투에 더 큰 공감을 보냈다. 우리 모두는 범인(凡人)으로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다가 조용하게 세상을 떠나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Peter Shaffer)의 손에서 탄생한 희곡 '아마데우스'는 1979년 영국 내셔널 시어터 올리비에 홀에서 초연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98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 돼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4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을 석권했다.

아마데우스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했으며 2020년 재연, 2023년 삼연을 한 바 있다. 2년 만에 돌아온 연극 '아마데우스' 캐스트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역대 가장 젊은 살리에리, 아마데우스 페어인 문유강(27)과 연준석(28)이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동문이기도 한 두 사람은 2019년 연극 '어나더 컨트리'로 나란히 대학로에 데뷔한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연극의 타이틀을 '아마데우스'지만, 이 작품은 살리에리에 관한 이야기다. 천재 아마데우스를 향한 범재 살리에리의 끝없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신을 향한 원망 등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여기에 모차르트의 짧지만 화려했던 삶, 그리고 인생 말미의 불운까지도 조명한다.

문유강

스물일곱 살의 배우 문유강은 노년의 살리에리로 무대 올라 중년의 살리에리를 거쳐 다시 노년의 살리에리로 공연을 닫는다. 이미 한 차례 공연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이대를 거스르는 캐스팅은 모험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문유강은 주인공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와 주연의 무게감을 즐길 줄 안다. 단단한 발음과 발성을 기반으로 감정의 강약, 고저를 조절하며 살리에리의 결핍과 상처와 분노를 표현해 냈다. 155분 극 내내 빼곡히 등장하는 문유강은 자아분열에 가까운 살리에리의 심리를 다층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의 시선을 한 데 모은다.

'어나더 컨트리'로 데뷔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홀리 이노센트', '나의 아저씨' 등 매년 한 편 이상의 연극을 하며 필모그래피를 다져온 문유강은 빠른 속도로 정상급 배우로 도약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와 타고난 스타성을 갖춘 이 배우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5년 후가 궁금하다.

아마데우스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극이다. 그러다 보니 모차르트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졌다.

연준석은 시대를 앞서간 신동이었으나 향락에 빠졌고 기행을 일삼았으며 유약했던 천재의 비극적 말로를 다채로운 연기로 표현했다. 캐릭터 특성상 화려한 테크닉을 동반한 연기가 필수적이었다.

모차르트의 등장신에는 대부분 피아노가 등장한다. 연준석은 모짜르트에겐 영감 놀이터이자 노동의 족쇄이기도 한 피아노를 무대 삼아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영화 캐릭터와 TV 더빙 연기에서 구축된 시그니처인 경박스러운 웃음소리를 활용하면서 보다 에너제틱하게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이런 역동성은 천재의 요절이라는 비극성을 더욱 강화했으며, 후반부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방점을 찍었다.

아마데우스

특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에서 살리에리와 함께 라크리모사(Lacrimosa)를 완성해 나가는 장면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연극에서도 명장면이다. 모차르트의 명곡을 뮤지컬 못지않은 구성으로 다채롭게 사용하며 서사를 채운 '아마데우스'만의 특성은 이 신에서도 돋보였다.

문유강과 연준석, 두 배우의 앙상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젊고 뜨거운 에너지였다. 일반적으로 경험과 연륜을 나이에 비례할 수밖에 없지만 배우에겐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젊은 패기가 주는 강렬한 에너지와 기운이 온전히 객석으로 퍼진 155분이었다.

'아마데우스'는 11월 23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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