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5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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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꼬꼬무' 경찰, 방화 살인범에 "악마구나 싶었다"…'양양 일가족 살인 방화 사건' 추적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4.03.15 07:32 조회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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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네 가족은 왜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겪어야 했나.

14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부제로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끔찍한 범죄행각을 조명했다.

2014년 12월 크리스마스이브, 강원도 양양의 한 성당에서는 세 아이들의 세례 성사가 진행됐다. 3년 전 이 마을로 이사 온 미연 씨의 세 아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동네 주민들에게도 사랑받던 이 가족은 세례 성사 이후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12월 29일 밤 미연 씨의 집에서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그 사건으로 미연 씨와 세 아이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이 사건 현장은 보통의 화재 사고 현장과 달랐다. 가족들이 모두 집안 곳곳에서 잠을 자듯 누운 채 발견된 것이다. 보통은 화재 사고로 사망할 경우 출입문 근처에서 탈출을 꽤 하다 사망하는데 미연 씨 가족은 어느 누구도 출입문 근처에도 가지 못했고 그대로 사망한 것이다.

그리고 화재 감식 결과 집안에서 휘발유가 뿌려진 흔적이 발견되었고,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첫째 아들의 몸에 직접적으로 뿌려진 휘발유 자국이 발견된 것이다. 또한 부검 결과 네 가족의 몸에서 모두 수면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그리고 거실에 있던 맥주와 음료수병에서 이들이 먹은 졸피뎀과 동일한 성분이 나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었던 것.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어마어마한 범죄였다. 피의자 체포 후 조사를 하는데 사람을 대하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악마구나, 악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고 기억을 떠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그 악마의 정체는 누구일까?

경찰들은 방화 살인 사건에 대해 탐문 조사를 시작했고 사건 당일 미연 씨 가족과 떨어져 살던 미연 씨의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다녀갔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경찰은 미연 씨의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그의 모든 알리바이가 확인되었고 몸 어디에서도 휘발유를 사용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미연 씨의 남편은 "연락을 받고 갔는데 간호사가 아이들을 보고 놀라지 말라고 했다. 가서 보니 아이들이 새까맣더라. 그리곤 기억나는 게 없다. 지금은 이해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셋 하고 와이프를 한 번에 잃었는데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 게 속옷만 입고 사진을 찍는 게 수치스럽고 힘들고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다"라며 현재에도 그때를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이후 경찰은 미연 씨를 의심했다. 미연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아이들을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것. 하지만 미연 씨의 가족과 지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그의 남편은 "집사람은 마음이 굉장히 약하고 모질지 못해서 계획을 세우거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그렇게 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평소 미연 씨와 절친하게 지냈던 이진희는 "가족들은 잘 몰랐을 거다. 그런데 휘발유를 어디서 구하냐고 물어본 적 있다"라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경찰은 남편이 용의 선상에서 사라지자 당일 남편이 다녀갔다는 소문의 근거지를 찾았다. 소문의 출처는 바로 앞서 미연 씨가 휘발유 구매에 대해 문의했다고 증언한 이진희. 그는 사건 당일 현장에 도착해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며 직접 불길에 뛰어들겠다며 눈물을 흘렸던 미연 씨의 절친한 지인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조사를 할수록 이진희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다. 또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진희는 경찰에게 미연 씨가 휘발유를 이용해 자살한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해 경찰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경찰은 사건 당일 이진희의 행적을 추적했고 그가 사건 당일 병원에서 졸피뎀 28알을 처방받고 주유소에서 휘발유까지 구입한 사실을 포착했다. 또한 마트에서 음료수와 맥주를 구입했는데 이때 구입한 음료수의 제조 번호와 현장에서 발견된 음료수의 제조 번호가 동일한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오후 늦게 집을 나선 이진희는 치킨을 사서 피해자의 집으로 향한 모습까지 포착했다. 또한 범행 후 근처 초등학교에서 대기하다가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 뒤를 따라 현장에 다시 도착한 모습까지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이후 이진희는 네 가족의 죽음을 너무나 슬퍼하는 목격자가 되었고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며 연극을 했던 것이다.

경찰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아들을 데려간 이진희를 서울 강남에서 긴급 체포했다. 사건 발생 열흘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증거들을 들이밀자 범행을 시인했다.

이진희는 "그날 술 마시다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 미연이가 제 아들을 욕했다"라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미루어보아 절대 우발적인 범죄가 될 수 없었다. 또한 경찰은 이진희가 사건 3일 전인 26일에도 휘발유를 구입한 사실을 포착했는데, 이진희는 "그때 한번 샀다가 마음이 약해져서 버렸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사 결과 이진희는 미연 씨에게 1800만 원을 빌렸고, 매달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기로 했지만 첫 3달 이후 전혀 갚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사 계획으로 미연 씨는 이 씨에게 돈을 갚으라고 했고, 이에 이 씨는 남편이 다녀간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결심했던 것. 그의 남편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철저히 계획하고 범행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수사를 통해 이 씨가 12월 26일 또 다른 방화 사건까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장 씨에게 돈을 빌린 이 씨. 그는 장 씨에게 고맙다고 약주를 대접하고 싶다며 25일 그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 씨가 내민 술을 마신 장 씨는 갑자기 속이 안 좋아져서 이 씨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괴로워하는 장 씨에게 피로회복제를 건넸고, 장 씨는 이를 마시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겨우 다시 눈을 뜨자 사방이 연기 투성이었던 것.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온 집안을 헤집고 문고리를 잡고 나와 살아남은 장 씨. 하지만 그는 그날의 기억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 씨는 장 씨를 찾아와 그날 기억이 있는지 확인까지 했던 것.

수사 결과 장 씨가 이 씨에게 받아 마신 피로회복제에서도 졸피뎀이 검출되었고 화재 현장에서는 휘발유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 씨는 3일 만에 무려 5명의 목숨을 노린 것이었다.

그리고 수사를 통해 이 씨가 범행 얼마 전 장 씨의 사망 보험금 수익자를 자신으로 돌려놓은 것도 확인했다. 장 씨가 사망하면 받을 수 있는 1억 6천만 원의 사망 보험금도 노린 것이었다.

장애아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였던 이 씨는 남자 친구의 아들을 돌보며 월 300~400만 원을 벌었다. 아파트에 살고 중형차도 끌고 다닌 이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10년째 기초생활수급자였고 기초생활수급 지원금과 아들의 장애 지원금까지 월 500만 원의 고정 수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주변에 빚진 것만 1억 원 정도에 달했고, 미연 씨가 사망한 후 가족들에게 가짜 차용증을 내밀며 미연 씨가 자신에게 1800만 원의 빚을 졌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모든 범행이 밝혀졌음에도 이 씨는 끝까지 사과와 반성은 없고 미연 씨 탓만 했다. 그리고 장애아인 아들을 내세우며 선처를 요구했다. 또한 경찰들에게는 자신의 강아지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의외로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던 이 씨는 재범 위험성이 높고 연극성 인격장애를 가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배역을 부여받은 것처럼 특정 이미지나 캐릭터를 계속 만드는 연극성 인격장애, 이로 이 씨는 스스로 좋은 사람, 멋진 사람, 불쌍한 사람을 연기했던 것이다.

또한 꾀병 탐지 검사에서 이 씨는 20점이라는 충격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이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그에게 무기 징역 및 3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을 명했다.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그의 가석방 이후까지 고려한 판결이었다.

가족들을 잃고 미안함과 그리움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하염없이 걸었던 세 아이들의 아빠. 그는 시간이 흘러도 10년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좋아하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아빠는 "지금쯤 범인은 편하게 지내겠죠. 저는 죽을 때까지 집사람과 아이들을 여기에 담고 힘들어하고 그렇겠죠. 보고 싶네요,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사건 1년 후 아이들이 꿈에 나와 안아주고 갔다며 "저도 안아주고 싶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아빠는 가해자의 신상을 알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가해자의 이름을 알 수 없다면 피해자인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이에 이야기꾼들은 꽃같이 예쁜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했다. 이어진, 이다은, 이우진 세 아이들의 이름과 사건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였던 박 씨까지 모두 이제는 진정한 안식을 찾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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