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0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의미의 영화를 넘어"…위안부 영화 러시와 숙제

작성 2017.09.08 10:38 조회 614
아이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충무로의 위안부 소재 영화는 1995년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돌아온 후 '나눔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이 영화는 불모지였던 다큐멘터리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사회적 반향을 끌어냈다. 변영주 감독은 한 편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3편의 시리즈 영화를 만들어 다양한 층위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렀다. 위안부 피해자(전체 239명) 중 생존자 수는 35명(국내 34명, 국외 1명)으로 줄었다. 일본은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졸속 협상으로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과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늘면서 몇 년 사이 위안부 소재의 영화도 대중에게 강력한 소구력을 갖게 됐다.

낮은

2016년 개봉한 '귀향'(감독 조정래)은 전국 3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귀향'은 1943년,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열네 살 정민(강하나 분)과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위안부 소재를 극영화 방식으로 풀어낸 이 영화는 당시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관객들의 공분과 눈물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의 성공은 위안부 소재 영화의 물꼬를 텄다. 오는 21일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가 개봉하고, 김희애, 김해숙 주연의 '허스토리'는 촬영을 준비 중이다. '군함도'를 만든 외유내강 역시 위안부 소재 영화 '환향'을 기획하고 있다. 송혜교와 고현정이 출연제의를 받았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극영화라는 것이다. 위안부 소재의 영화들이 대부분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소화했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관객 확장성이 좁은 비상업 장르가 아닌 보다 많은 관객을 아우를 수 있는 상업 영화로 제작해 광범위한 담론의 장을 형성할 수 있게 됐다.

배우들 역시 해당 영화에 사명감과 열의를 가지고 임하고 있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나옥분'으로 분한 나문희는 "그분들이 얼마나 지옥 속에서 사셨을지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배우로도 한몫하고, 영화로도 한몫하겠다는 각오로 출연했다"고 전했다.

귀향 스틸

'귀향'은 의미의 영화였다. '씻김굿'이라는 장치를 활용해 위안부 피해자의 한(恨)을 위로하는 형식은 좋았지만, 만듦새는 투박하고 거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사실적인 재현도 당시의 참상을 알린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자극적이고 전시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옳은 선택이었나에 대한 물음표를 남겼다.

'아이 캔 스피크'는 다르게 한발 나아간 측면이 있다. 이 작품은 위안부 소재를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풀어냈다. 전반부에는 코미디, 후반부는 감동 드라마의 구성을 띤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할머니 '나옥분'과 개인주의적 성향과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공무원 '박민재'의 교감을 통해 고통 속에 사는 피해자들의 현재를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각성하게 했다.

영화 전,후반의 상반된 분위기가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사려 깊은 연출과 만든이의 태도 덕분이다.

2007년 미국 연방의회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채택 청문회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후반 강력한 장면을 통해 메시지를 강조한다. 연기 경력 56년 차의 대배우 나문희는 놀라운 연기력으로 피해 할머니의 아픔과 고통을 표현해냈다.

위안부 소재의 영화들이 관객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비평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충무로에서 돌고 있는 같은 소재의 시나리오가 시류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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