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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지훈, 이제 갓 서른이 된 그에게 용기를

작성 2017.02.08 17:11 조회 596
이지훈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이지훈을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종영 인터뷰를 통해 3년 3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2013년 늦겨울에 만났던 스물여섯의 신인배우 이지훈은 어느덧 30대가 됐고, 주연배우로 성큼 성장했다. 이쪽 일을 하면서 신인이 점차 대중의 사랑을 받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 '뜨더니 배우병에 걸렸다더라'는 소문의 주인공만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시 만난 이지훈은 3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푸른 바다의 전설' 속 허치현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살을 쏙 뺀 외형만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매너가 좋았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 빠진 살만큼 치열하게 집중했던 악역 허치현

이지훈은 '푸른 바다의 전설'을 촬영하며 10kg 넘게 살이 빠졌다. 키 181cm에 80kg 정도 나가던 사람이, 드라마 마지막 촬영 때 몸무게 68kg를 찍었다. 이지훈은 캐릭터의 감정변화를 보다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독하게 체중을 감량했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듯, 이지훈의 핼쑥한 얼굴과 날렵해진 턱선은 허치현이 느끼는 괴로움과 악하게 변해가는 마음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치현이의 감정변화에 맞춰 몸무게를 빼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그래서 중반부부터는 독하게 체중을 감량했는데, 치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저도 같이 예민해지며 살이 더 빠지더라고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신경이 예민해질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어요. 그만큼 제가 이 작품과 치현이에게 많이 집중했단 뜻이겠죠.”

극 중 허치현은 양아버지 허일중(최정우 분)의 인정을 받고자, 또 양의 탈을 쓴 악녀인 친어머니 강서희(황신혜 분)를 지켜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인이 된 인물이다. 극 초반 착하고 다정했던 치현은 상황이 극에 다다를수록 점차 악하게 변해갔고, 결국엔 양아버지의 죽음을 방조하고 허준재(이민호 분)와 심청(전지현 분)에게 총까지 쐈다.

이지훈

“치현이가 변하는 과정을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제가 잘해야 했어요. 근데 갈수록 캐릭터 감정이 복잡해지고 표현하기에도 어려워 고민이 컸죠. 치현이는 이유없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존재해요. 평생 잘했는데 끝내 양아버지한테 인정받지 못했고, 여린 줄만 알았던 어머니는 생각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심지어 친아버지는 살인마죠. 누구라도 그 상황에 들어가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질 거예요. 물론 치현이처럼 그 괴로움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면 안 되겠지만요.”

'푸른 바다의 전설' 속 허치현의 마지막은 죽음이었다. 악행이 드러나 경찰에 연행된 그는 스스로 독약을 마셔 죽음을 택했다. 뒤늦게 아들의 비보를 전해들은 강서희는 망연자실한 채로 쓰러진 아들을 품에 안았다. 이 때 죽어가던 아들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어머니가 내 어머니인 것이 너무 저주스럽다”라고. 어쩔 수 없이 악인이 된 치현의 비극이 절절히 전해져 보는 사람마저 안타깝게 만든 최후였다.

이지훈은 허치현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그만큼 훌륭히 연기해 낼 수 있었다. 특히 이 허치현의 마지막 장면에선 분노, 고통, 회한 등 다양한 감정이 담기며 박수가 절로 나올 법한 대단한 표현력을 보여줬다. 캐릭터에 대한 이지훈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제대로 엿보인 명장면이었다.

“처음 작가님이 설명해 주신 캐릭터의 뼈대에 제가 살을 붙여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살들이 붙어서, 나중엔 감독님과 의논하며 불필요한 건 빼내기도 했고요. 솔직히 불안하고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상대배우와 맞춰 보니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은 감이 잡히더라고요. 그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저만의 것이 정립되어 갔어요. 뭘 억지로 더 채워넣기보단 '해온 것 안에서 빼먹지나 말자'라는 생각으로 풀어나갔어요.”

이지훈

# 부족한 한 조각, 그걸 찾는 게 숙제

여지껏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해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이지훈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연기평가에 대해 더 냉정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작품을 집에서 혼자 볼 때면, 그렇게 부끄럽단다.

“연기에 있어서 만족은 없는 것 같아요. '푸른 바다의 전설'도 엄청 고민하면서 연기한 건데, 집에서 방송을 보면서 '왜 저기서 저렇게 연기했지?' 라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어요. 내가 내 연기를 봐도 이해가 되게끔 연기하고 싶어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죠.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계속 부끄러울 거라면, 차라리 이 일을 안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이지훈은 자신의 연기에 '부족한 하나'가 있다고 말했다. 딱 한 가지만 부족하단 의미가 아니라, 자기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그 미묘한 차이의 원인을 제대로 모르겠단 뜻이다. 그게 뭔지 모르니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지도 당연히 모른다. 그래서 간절하게 찾고 싶다. 그 2% 부족한 하나를 말이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 봤는데, 엇비슷하게 선방은 한 것 같아요. 근데 뭔가 하나가 부족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 부족한 걸 찾는 게 저한테 주어진 숙제예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선 저도 모르는 이 하나를 어떻게든 발견해서 풀어내고 싶어요.”

이지훈

# 이제 30대, 용기를 내보고 싶다

이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 전지현, 이민호와 함께 연기했다. 한류스타들과 연기호흡을 맞췄다는 것이 아직은 신기한 그다. 쫑파티에서 전지현한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수줍게 요청할 만큼, 이지훈은 스스로를 '연예인'이라 자각하지 않는다. 그저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묵묵히 제 속도에 맞춰 앞으로 전진해 나갈 뿐이다.

“전지현 누나는 제가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였어요. 같이 앉아있는 게 신기했고, 함께 연기한다는 게 기분 좋은 설렘으로 다가왔죠. 누나가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뒤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서로 걱정도 해주고요. 이민호 형은 초반에 같이 찍는 신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나중에 붙는 신이 많아지면서 금방 친해졌어요. 형-동생 하면서 편하게 연기호흡을 맞춰나갈 수 있었어요.”

이지훈은 올해로 나이 서른에 접어들었다. 지난 20대를 돌이켜보면 “끓는 물처럼 치열”하게 청춘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왔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엇나간 적도 있고, 남들이 불쌍하게 여길 만큼 처량한 적도 있고, 반대로 부럽다고 여길 만큼 잘 해나간 것들도 있다.(더 자세한 내용은 3년 전 인터뷰를 참고) 20대를 돌아보며 제일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일은 연기에 뜻을 품게 된 일이다.

“20대의 제가 가장 잘한 건,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예요. 그건 앞으로의 제 인생에 있어서도 가장 잘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못한 걸 꼽자면, 연애? 연애하는 방법을 조금만 더 잘 알았다면, 제가 상처를 받지도 상처를 주지도 않았겠죠. 그래도 연기하는 입장에선, 그런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이 좋은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이지훈

남자 나이 30대. 이지훈은 “남자가 가장 섹시할 때”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쉼 없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는, 30대의 다양한 미래를 꿈꿨다. 여기까지는 여느 남자들의 생각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이지훈은 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진짜 '멋을 아는' 남자였다.

“30대가 되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많은 일들을 하겠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도 하고 싶단 생각이요. 전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 사회 약자들의 아픔을 대변할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요. 솔직히 20대 땐 제 앞가림하기 바빠 못했고, 나중에 40대 땐 세상과 타협하려는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서 30대, 지금이 좀 더 주체적으로 용기를 낼 때가 아닌가 싶어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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