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상해(중국) 김지혜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지적 호기심이 우주로 나아갔다. 그 결과는, '판타스틱'한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8년 영화 '미행'으로 데뷔한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인썸니아', '인셉션',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 매 작품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독특한 연출로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왔다. 이번엔 신작 '인터스텔라'를 통해 소재가 아닌 공간의 변화를 통해 관객에게 흥미로운 두뇌 유희를 선사한다.
'인터스텔라'는 지난 6일 한국에서 개봉해 첫 주 2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슈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함께 잡아온 놀란의 신화는 신작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국내에 다시 한번 '놀란 신드롬'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10일, 중국 상해 페닌슐라 호텔에서 '인터스텔라'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과 제작자 엠마 토마스, 두 주연 배우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를 만났다.
이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단연 놀란 감독이었다.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며 방대한 과학 지식을 전하고, 인간의 실존론적 질문까지 곁들인 '인터스텔라'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 하나 흥미로웠다.
놀란 감독은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란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인터스텔라'를 만든 이유에 대해 말했다.
Q.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감성적 요소가 돋보인다. 당신의 영화관에 대한 변화가 생긴건가?
A.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감성적 이슈 즉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란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Q.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남자 배우들 발견해내는 탁월한 눈이 있다. 크리스찬 베일의 경우도 '다크 나이트' 트롤로지를 통해 전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매튜 맥커너히도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에서 전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느낌이다. 출연을 결정할 때 그런 고려가 있었나?
A. 놀란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이 영화의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대작이고 상업적 성공적인 측면에 있어서 내 영화 전작을 합친 성공보다 크다. 그리고 이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이렇게 세계적으로 정킷도 다니고, 영화 홍보 활동도 하고 여러분도 만날 수 있어 굉장히 좋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통해서 여러분과 만나길 바란다.
Q. 제작자 엠마 토마스의 경우 남편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일을 함께 하고 있다. 놀란은 업무적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다른가?
A. 둘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영화 제작 기간 중에는 하루 하루가 긴장감이 넘친다. 이 때는 아무래도 집에 와서도 영화 이야기만 하게 된다. 그건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만들지 않을 때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나에겐 아이들이 4명이나 있다. 때문에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매우 바쁘다. 남편과 같이 일을 해서 좋은 것은 어디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Q. 앤 해서웨이는 10년 전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걸로 안다. 그 때 한국에서의 특별한 기억이 있는지? 10여년 전과 지금, 배우로서의 마인드나 자세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A. 10년 전과 지금의 나는 다행히도 매우 다르다. 지금이 훨씬 성숙해졌고 친절해졌다. 또 주어진 좋은 인생과 직업, 사람들에 대해 더 감사할 줄 알게 됐다. 그래서 10년 전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훨씬 좋다.
Q.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 '타스'의 디자인이 어떻게 완성된 것인지 궁금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모놀리스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나?
A. 그렇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여러가지 무의식적 오마주가 있을 것이다. 그 영화에 등장한 로봇 '모놀리스'의 디자인을 보면 매우 미니멀하다. '모놀리스'처럼 '타스'도 가능한한 가장 간단한 디자인으로 고도의 지능을 보여주는 로봇으로 만들었다.
Q. 과거 '콘택트'(1997)라는 영화에선 조디 포스터를 떠나보내고 기다렸다. 이번 '인터스텔라'에선 그 반대의 입장에서 연기를 펼쳤다.
A. (매튜) '콘택트'를 찍고 난 후에 집마당이 매우 커보였다. 그 영화에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지구에 있는 역할이었다. 이번엔 미지로의 세계로 떠나는 아주 신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 출연한 후에는 출연전보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리고 우리의(인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Q.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디지털 대신 35mm 필름을 고수하는 걸로 유명한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또 언제까지 필름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A. 나는 35mm 필름과 아이맥스를 병행한다. 그 이유는 이미지, 해상도 등에 있어서 디지털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아마도 더 좋은 것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이 방식을 고수할 것 같다.
Q. 지난 주 극장을 찾은 한국 관객의 80%가 '인터스텔라'를 관람했다. 왜 한국의 관객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A. (놀란)너무나 신나고 고맙다. 음 글쎄...영화가 좋으니까?(웃음) 한국 관객의 충성도가 높은 건 과학적 지식과 소견이 남달라서가 아닐까 싶다.
Q. 영화 속에서 아멜리아(앤 해서웨이)가 쿠퍼(매튜 맥커너히)와 헤어질 때 로맨스적인 감정이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동료애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본인(앤)이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A. 그건 스포일러 아닌가? 그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안하고 싶다. 한국의 더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봐야하기 때문이다.(웃음) 이전에는 이성을 따랐지만, 요즘엔 감정을 따르는게 더 커지는 거 같다. 그러나 사랑을 선택한다고 해서 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보통의 영화에선 여성이 항상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거나 애정신이 들어가는데 우리 영화엔 그게 없어서 좋았다.
Q. 우주와 새로운 생명의 존재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우주로 떠나려 하는 것일까?
A.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과 우주로 떠나는 사람의 삶은 평행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Q. 영화를 찍을 때 제작진과 배우간의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제작진과 의견 충돌이 생길 때 어떻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관철시키나?
A. (매튜)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내 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 감독과 의견이 달라 두 가지 버전으로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다. 결국 감독이 주장하는 버전대로 영화가 완성됐다. 최종 권한은 감독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관점이 있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 = 워너브라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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