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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비하인드] 故장자연의 끝나지 않은 2차피해…판결문으로 본 전준주의 증거조작 사건

강경윤 기자 작성 2018.04.18 13:16 수정 2018.04.18 17:56 조회 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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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 왕진진 기자회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감방에서 슬기로운 창작 생활이요? 장자연에게 편지를 받은 게 맞습니다.”
(전준주·지난해 12월 부인 낸시랭과의 결혼 관련 기자회견)

2009년 사망한 배우 장자연의 재수사가 결정됐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며 국민적 열망이 모아진 결과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수사 결과에 다시 한번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칭 위한컬렉션 회장 전준주(38·가명 왕진진)는 여전히 '장자연의 편지가 있다'는 주장으로 유족을 괴롭히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는 낸시랭(42·박혜령)과 결혼한 후 기자회견에서 장자연의 편지를 들고나와 고인의 이름을 언급했다. 최근에도 그는 SNS를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허위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준주는 대법원에서 증거위조 및 위조증거 사용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2013년 1심부터 3심까지 “장자연과 친한 오빠 동생사이이며, 장자연이 생전 편지를 보내서 성 접대를 했다고 고백했다.”던 주장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전준주의 재판기록 및 목격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7년째 계속되는 전준주의 허위 주장을 집중 파헤쳤다.

낸시랭 왕진진 기자회견

◆ 검·경·국과수·재판부 모두 편지 조작 인정

2010년 2월 전준주는 장자연의 전 소속사 대표 김 모 씨가 재판을 받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재판부에 '장자연의 편지'라며 문서들을 보냈다. 장자연(전준주는 '설화'라고 지칭)이 썼다고 주장하는 편지에는 친한 오빠인 전준주를 사랑한다는 내용과 김 씨의 강요로 성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판결문과 재판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당시 경찰과 검찰, 국립과학수사원 등 수사기관은 248장에 달하는 편지들을 조사해 가짜라고 확인했다. 전준주가 2009년 부산구치소와 경북북부 제2교도소 등지에서 편지를 위조했으며, 편지 발신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불상의 편지봉투에서 우표와 소인 부분을 떼어 자신이 만든 편지봉투에 붙여 복사본 32장을 만들었다고 결론지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전준주가 경찰 수사에서 “장자연이 국정원 직원과 면회를 와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상식 불가의 주장을 했고, 장자연의 유족과 지인들이 전준주를 전혀 모른다고 했으며, 장자연의 필적과 해당 편지의 필적이 상이한 점, 여성의 필적으로 보이기 위해 강한 필압을 사용한 점 등을 조작 증거로 인정했다.

장자연 낸시랭 전준주

◆ “박정희 대통령께” 등 40차례 넘게 탄원서 제출

그럼에도 전준주는 계속해서 장자연의 편지를 받았으며, 아직도 그 일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낸시랭의 SNS에는 “남편은 사법부의 피해자”라는 글이 수십 건이 게재됐다. 낸시랭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며 자신들을 향한 마녀사냥을 멈춰달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전준주는 정말 억울한 피해자일까. 판결문과 재판기록에 따르면 장자연 편지조작 재판 당시 전준주는 장자연과의 친분을 입증할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일방적인 진술밖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전준주는 법관 및 재판부 기피신청, 국민참여재판 신청, 국선 변호사 해임, 검찰 경찰 수사결과 및 국과수 감정 결과 등에 대한 탄핵 등을 요구하며 재판 절차를 지연시켰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님께”, “moral sense의 부재에 대하여”, “정의란”, “인생에 정답은 없다” 등 재판과 관련 없는 40건 넘는 탄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전준주는 자신이 파라다이스 그룹 故 전낙원 회장과 관련이 있다는 허위 주장 의견서까지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낸시랭

상고심 재판부는 “이미 판시 확정판결들로 여러 차례 실형을 선고받고 장기간 수형 중이었음에도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범행으로 장자연의 유족과 여러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장자연 낸시랭 전준주

◆ 출소 이후에도 계속된 故 장자연 관련 억지 주장

전준주는 2015년 출소한 뒤에도 지인들에게 '국정원'과 '장자연'에 대해서 종종 언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위치추적 장치 등을 자랑하며 “마카오에 있는 어머니가 국정원에게 매달 500만원 씩 주고 돌봐주게 한다.”고 주장하거나, “세상을 떠난 장자연과 과거 자주 만나던 사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의 과거 지인들은 전준주가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장자연의 편지'라며 주장한 문서들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2015년께 광주지방법원은 심리를 모두 마친 증거물들을 전주주의 주소지였던 직장으로 되돌려 보냈고, 당시 회사 직원들이 이사 과정에서 해당 문서들을 모두 폐기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전준주는 일부 자료가 남아있다며 또다시 '장자연의 편지'라는 것들을 들고 세상에 나왔다.

전준주가 최근 SNS에 공개한 장자연의 조작편지 일부에는 그가 흔히 쓰는 표현이 들어있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전준주는 명함에 '천지파란'이라는 내용을 쓸 정도로 이 글귀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연의 편지라고 주장하는 문서에는 장자연이 평소 사용하지도, 그녀와 전혀 연관되어 있지도 않은 '천지파란'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낸시랭

◆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

전준주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장자연의 편지조작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고인과의 인연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편지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유족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일부 누리꾼들은 최근 “전준주가 증거조작으로 처벌받고도 또다시 확인되지 않은 허구의 주장으로 고인을 언급하는 걸 막아달라.”며 “사자명예훼손에 대한 법 조항을 좀 더 세분화 해  유명인에 대한 명의도용 건에 한해 친고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대중에 파급력이 큰 유명 예술인 낸시랭까지 나서서 전준주의 과거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한 범죄들을 부정하는 점은 더욱 우려를 사고 있다. 낸시랭은 올 초 한 여성지 인터뷰에서 <오빠(전준주)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서도 별도의 법적 대응을 할 거고요. 오빠는 12년 동안 죗값을 치렀어요.>며 장자연 사건을 비롯한 두 건의 특수강도강간 사건까지도 억울한 사건이라며 호도하고 있다.

장자연 낸시랭 전준주

전준주는 두 건의 특수강도강간으로 12년을 복역한 바 있고, 당시에도 그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또 2013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상고를 제기해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첫 번째 성범죄로 복역하다가 2개월 만에 두 번째 성범죄 저지르고, 공범과 함께 강도를 하고 흉기로 위협해 강간하는 등 유사한 성폭력 범죄를 처벌받았음에도 '성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억울하다며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라며 범행에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 범행에 대한 죄책감과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전준주가 유명인인 부인을 통해 대법원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사안에 대해 부인하면서 그 책임을 수차례 수사기관이나 피해자들에게 돌리는 점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이에 대해서 일부 누리꾼들은 전준주의 주장을 아무런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적는 언론 매체들의 무책임한 보도행태 역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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