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밀크남' 이제훈이 권투영화에 나온다면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9.26 13:40 조회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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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 이제훈을 잡기 위한 팁,

1. 박진감 넘치는 권투영화를 기획할 것.
2. 흥미진진한 전문직 세계를 다룬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

'파수꾼'→'고지전'→'건축학 개론'→'점쟁이들'→'분노의 윤리학'→'파파로티'→'탐정홍길동'→'박열'→'아이 캔 스피크'로 이어진 이제훈의 필모그래피에는 본인의 희망과 달리 스포츠 영화도 전문직 영화도 없다. 톱배우는 작품을 고르는 위치에 있지만, 때에 맞춰 원하는 작품이 온다는 보장은 없다. 

"젊음의 혈기 왕성한 에너지를 뽐낼 수 있는 액션을 보여드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특히 복싱 영화는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이터', '크리드','사우스포' 같은 권투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는 다 찾아봤던 것 같아요. 한국에선 거의 시도가 안 이뤄지는 영화긴 한데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뜬금없는 바람은 아니었다. 이제훈은 오랫동안 권투를 취미로 즐기고 있다. 입대 전인 2012년에 취미로 배우기 시작해 올해까지 5년째 틈틈이 도장을 찾고 있다.

이제훈

마른 체격에 하얀 피부, 부드러운 미소의 '밀크남' 이미지를 가진 그가 마초 스포츠의 대표 격인 권투를 즐기고 있다는 건 의외일 수밖에 없다. 이제훈은 권투 영화를 하게 된다면 체중 감량과 증량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만큼 열의를 보였다.

또 한가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세계를 그린 영화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제훈은 "드라마 쪽에는 전문직 세계를 다룬 작품이 많았잖아요. 영화 쪽에선 많이 못 본 것 같고, 저도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소득이 높아서 세금을 많이 내는 변호사, 의사 이런 직업군을 맡으면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라고 웃어 보였다.

생각해보면 그는 돈을 벌지 못하는 학생(파수꾼, 건축학 개론, 파파로티)이거나 박봉의 군인이나 공무원(고지전, 아이 캔 스피크), 아니면 무직의 열혈 청년(박열)을 연기해왔다.

"아직 안해본 역할이 많아요. 제 안에 끄집어낼 게 많은데 좋은 작품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훈은 올해 데뷔 10년 차다. 잘 다니던 공대를 때려치우고 25살의 나이에 연기 전공(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으로 대학을 다시 들어가며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대학로에서 공연 포스터를 붙이며 가난한 배우 생활을 할 때 그는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패배감과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27살의 나이에 독립영화 '파수꾼'(2010)을 만났다. 그의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다.  

이제훈

"'파수꾼'(감독 윤성현)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었어요. 그 작품이 개봉한 후 아무도 몰랐던 저를 찾아준 감독님이 많아졌거든요. 윤성현 감독님이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분의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하고 싶은데 아직은 결정된 건 없습니다."

이제훈의 말대로 '파수꾼'이 있어 '고지전'이 있었고, '고지전'이 있어 '건축학 개론'이 있었다. 필모그래피의 꼬리물기를 통해 이제훈은 34살의 나이에 보통의 배우가 평생 한 편도 갖기 어려운 '자랑스러운 대표작'을 여러 편 만들어냈다. 본인의 역량을 우수한 작품에서 발휘할 수 있었던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행운아이기도 하다.  

"맞아요. 그런 좋은 작품을 해왔던 경험들이 다음 선택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돼요. 도전도 되고요. 관객들에게 어떻게 남겨지느냐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 작품 좋았지', '다시 꺼내봐도 좋은 작품이었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작의 경험이 후속작을 선택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전작인 '박열'이 큰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을 통해 일제강점기 또 다른 화두를 던진 이제훈은 신작 '아이 캔 스피크'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한일 위안부 문제를 관객들과 함께 나눈다. 그는 이 작품을 이야기하며 '배우의 사명감'을 말했다. 

이제훈

"배우로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관객에게 웃음과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고픈 욕심이 있어요. 더불어 이야기를 통해 폭넓은 계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영화에 대해서도 고려해요. 물론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우리의 아픈 역사로 고통을 받으신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은 아직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셨잖아요. 영화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제훈은 반듯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배반하는 작품도 도전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 규정할 수 없다"면서 "반듯한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고, 조용할 때도 있고 활기 넘칠 때도 있다. 그런 복합적인 면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에 반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한 이미지로 연기하는 건 재미없거든요. 도전해볼 수 있는 작품,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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