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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박유천 무고女’ 만장일치 무죄…이은의 변호사 “피해자 2번 울린 사회”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7.06 11:04 조회 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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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가수 겸 배우 박유천(31)에게 유흥업소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송 모(24)씨에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나상용)가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5일 17시간 동안 진행된 국민참여 재판에서 배심원 전원은 송 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송 씨는 이날 새벽 3시께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받자 눈물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3월부터 송 씨를 변호한 성폭력 피해자 전문 국선변호인 이은의 변호사는 SBS연예뉴스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제 첫 단추가 맞게 채워진 건데, 무죄 판결을 기뻐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송 씨(당시 22세)는 2015년 12월 업소 내 화장실에서 박유천과 성관계를 가졌다. 송 씨는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박유천이 성관계를 강제했다'고 주장하며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송 씨가 박유천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판단, 박유천을 무혐의 처분을, 송 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Q. 17시간의 긴 재판이 끝이 났다. 어떻게 진행됐나.

“오전 9시 반에 배심원 선정 과정이 있었다. 이후 오후 2시부터 수사검사, 공판 검사가 배석한 가운데 공판이 시작했다. 박유천과 다른 증인들에 대한 심문 절차가 있었고, 저녁 9시부터는 피고인 송 씨에 대한 심문이 있었다. 박유천 씨 팬클럽 회원들과 여성단체 회원들이 재판을 방청했다.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정말 잊지 못할 밤이었다.”

Q. 무죄 선고에 대한 송 씨의 심경은 어떤가.

“피고인이 많이 울었다. 어깨를 도닥이며 위로해줬다. 피고인이 '이제야 인생을 다시 새롭게 살 힘이 생겼다'고 말하더라.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는, 피해 여성이 성폭행 신고를 했을 때 수사과정에서 얼마나 편견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 편견 때문에 증거가 어떻게 달리 해석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제대로 판단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Q. 이 사건을 맡게 된 게 송 씨의 구속 여부를 가를 영장실질심사 때부터라고 들었다.

“피고인이 총 3명의 변호인을 거쳐서 나에게까지 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뢰인인 데다, 사건을 제대로 맡아줄 변호인이 없었던 거다. 당시는 나 역시 너무나 바쁜 시기였으나 내가 아니면 정말 피고인은 갈 곳이 없었다. 피고인이 구치소에서 구속 여부가 결정 나길 대기할 때 겁에 질려 많이 울었다. '어떻게든 너를 꼭 데려올 거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게.'라며 안아줬다. 당시에는 피고인을 위로하기에 급급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저를 보는 그 눈빛을 포면서 끝까지 포기할 수가 없었다.”

Q. 국민참여 재판을 실시한 구체적인 이유는 뭐였나.

“이 여성의 사건이 유흥업소에서 일어났고, 이 여성이 유흥업소에 다니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편견에 노출되어 왔는지를 함께 확인해보자는 것이었다.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이 팽팽해지니까 그제서야 균형감이 맞았다. 여기에 재판부가 공정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드디어 사건의 본질이 보였다.”

Q. 어떤 증거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고 생각하나.

“피고인과 박유천은 사건 당시 종업원과 손님의 갑을 관계였고, 화장실로 오라고 했을 때 피고인이 성관계가 일어날 것이란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피고인이 '그날이어서 성관계가 안된다'고 말하거나 구강성교를 거부하는 등 피고인이 할 수 있는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사건 다음날 경찰에서 피고인이 '폭행과 협박은 없었지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에서 '폭행과 협박 없음'이라는 부분만 강조한 거다. 피고인이 사건 직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상담치료를 받았으며, 박유천에게 금전적 요구를 6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바라지 않았다 등 행동 정보에 대해서는 무시했다. 게다가 수사기관은 박유천이 '성관계 유무' 등에 대해서 번복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판단했으면서, 피고인이 말했다가 틀려진 표현이나 단어 정도만으로도 피고인의 진술은 상당히 일관성이 없다고 치부해버렸던 점도 지적하고 싶다.”

Q. 안타까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피고인이 사건 이후 겪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을 축약해놓은 것 같았다. 가해자가 나쁘지만 가해자만큼이나 사회도 나빴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를 두 번 울린 게 바로 사회 아닌가. 방청을 온 사람 중 한 분이 이런 얘길 하더라. '이 판결은 억울하지 않은 정도인데 기뻐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이번 사건이 그 친구에게 일어난 것은 우리도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박유천을 성폭행 혐의로 가장 먼저 고소해 언론에 보도된 여성 이 모 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박 씨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했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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