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권상우가 ‘잘 늙은 배우’를 준비하는 자세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6.07 13:49 조회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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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저도 한때는 핫했잖아요.”

권상우(41)도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긴 배우가 됐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에서 “옥상으로 따라와.”라고 하던 패기 넘치던 반항아 고등학생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며 부메랑을 날리던 순정파 남자도 세월은 빗겨나갈 수 없으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권상우는 멋졌다. 일주일 5일, 운동에 시간을 할애한다는 '권상우 표 자기관리' 덕이다. 여기에 영화 '탐정'과 최근 종영한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보여준 수준급 액션연기로 미뤄, 운동신경과 액션 연기력은 타고난듯하기도 하다.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최강희는 “몸을 사리지 않는 직설적 성격 덕”이라고 권상우의 동안의 비결을 귀띔을 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우리들의 '상우 오빠'도 중년이 되어간다. 인터뷰 자리에서 취재진이 “열기가 뜨거운 게 박보검 못지않다.”고 농을 던지자, “에이, 그래도 보검이한테는 안된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얼마 전 일본에서 팬미팅을 했다. 아직 안 죽었다.”며 권상우는 전매 특허인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해 만으로 마흔하나, 권상우는 어떤 배우를 꿈꾸고 있을까.

“인기 있는 것도 중요하고, 톱스타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영원한 건 없잖아요. 저는 하고 싶은 거 다 해봤는데, 작품에 대해서는 늘 아쉽고 목말라 있어요. 권상우를 기억할 오래 남는 작품을 갖는 게 궁극적 목표예요.”

매우 솔직한 말이었다. 한번 톱스타로 분류된 배우들은 자신이 타이틀롤이 아닐 경우 작품을 아예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 '추리의 여왕'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배우 최강희가 타이틀롤이었다. 하지만 권상우는 이제 그런 부분보다는, 어떤 배역이든 자신을 빛내줄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모임 같은 데 가면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이 되더라고요. 사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제가 워낙 낙천적이어서 동안이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복근을 20년째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운동이 생활이 됐기 때문이죠. 저만에 규칙이기도 하고요. 60대까지는 이렇게 운동할 거예요. 지금은 몸 좋은 분들이 워낙 많으니까, 60대 때 제가 복근 유지하고 있으면 다시 한번 조명해주시겠어요?(웃음)”

권상우는 '나이 듦'에 대해서 숨기지 않았다. 배우로서 굳이 언급할 필요 없겠지만, “한때 저 핫했잖아요.”라며 “적어도 4~5년 동안은 인기순위 5위 안에는 항상 든 것 같은데.”라며 '인기'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다.

“제가 동년배 배우들과 비교하면 데뷔가 빠른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늦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진 것에 비해서 운도 좋았고요. 40대가 됐으니, 제가 언제까지 주인공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것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해야 할까요. '배우로서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권상우

권상우다운 솔직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중년에 접어든 권상우는, 거부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배우로서의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닮고 싶은 배우로서는 영화 '탐정'에서 합을 맞췄던 선배 성동일을 꼽았다.

“성동일 선배님을 보면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선배는 찾는 데가 많아요. 영화도 많고 드라마도 많이 하고요. 워낙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니까요.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어느 시점에는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배님한테 이런 얘길 한 적은 없어요. 그냥 옆에서 보면서 혼자 느끼는 거였어요.”

권상우는 점점 현장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류 1세대 배우로서 여전히 그를 응원해주는 일본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얼마 전에 팬미팅을 했어요. 아직 죽지 않았죠?(웃음)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후 매년 2~3회씩은 팬미팅을 했어요. 제가 외국인인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 잊지 않고 팬미팅에 와주시는 것에 참 감사하죠. 일본에 갈 때마다 힐링 되는 건 사실이에요. 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죠.”

권상우가 원하는 배우의 삶은 뭘까.

“액션을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콘티도 넣어보고 싶고, 아직은 이런 것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요. 굉장히 재밌는 코미디도 선보이고 싶고요. 제가 가진 버짓(budget)이 그리 크진 않지만요. 멜로 영화도, 스릴러도 다 해보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죠?”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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